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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새바지항 등대. 2020년 9월 중순.
가덕도
가덕도를 위에서 내려다 본 전경.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거가대교
거제도 바람의 언덕. 출처 : 거제시청.
가덕도 새바지항 인공동굴 가는 법, 520번 버스 운행 시간표
카카오맵
보통 대중교통을 타고 부산에서 거제도나 가덕도로 가기 위해선 하단으로 간다. 하단 지하철역으로 가면 2000번 버스 등 거제도 행 버스가 오는 정류장이 있는데, 거기 써있는 시간표를 보고 기다리다 시간에 맞춰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 버스 또한 배차 간격이 기니, 미리 배차 시간을 검색하여 가는 것이 좋다. 버스 요금도 꽤 나가는 편이다. 거제도 가는 버스는 가덕도를 무조건 경유해서 간다. 2000번 버스를 탔다면, 천성에서 내려서 강서 1번 마을버스로 갈아탄 뒤, 새바지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원래는 한 번에 가는 520번 버스를 타려 했으나, 버스를 놓쳐 2000번 버스를 타고 갔다. 강서 1번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2000번 버스에서 내려 바로 걸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날은 왠지 몹시 걷기가 싫었다. 걸어가는 길은 2km 정도 거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520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 운행 시간표를 찍어 왔다. 520번 버스를 타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아주 운이 좋게도 지도 앱을 확인하니 천성에서 내리자마자, 강서 1번 마을버스가 오고 있었다. 난 평소 이런 행운은 별로 없다고 느끼고 살아왔던 편이었는데, 이 날은 뭔가 운수가 좋았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뭔가 습윤한 특유의 항구 마을의 시원한 바다내음과,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 눈부시게 작렬하는 태양에 기분이 확 좋아졌다. 화려하지 않은 작고 수수한 섬마을이었지만, 최근 코로나 때문에 집 근처 밖에 다니지 못하고 있던 데다 종일 흐리거나 비가 내리기 일쑤였는데, 이렇게 맑고 쾌청한 날씨와 오랜만에 느끼는 바다의 푸르름에, 코가 뻥 뚫리면서 개안까지 되는 듯 했다.
새바지 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새바지항과 인공동굴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또 몇 백 미터를 걸어야 목적지가 나온다. 정류장이 약간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마을과 바다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풍경도 좋고,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면서 걸으니 걷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다음에는 차를 가지고 와서 마을과 섬 전체를 찬찬히 둘러보다 차박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서칭을 하다 보니, 가족들과 노지 차박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좋은 차박지가 많이 보였다.
대항 마을
펼쳐진 풍경을 보며 정신없이 걷다, 정신을 차리고 지도 앱을 보니, 새바지항 인공동굴 반대쪽인 대항항으로 가고 있었다. 얼떨결에 대항 선착장까지 와 버렸지만, 다시 정반대편까지 가는 길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언덕배기인 새바지 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참 비슷하게 생긴 두 갈래의 내려가는 길이 펼쳐지니, 처음 가는 분들은 꼭 지도앱을 정확하게 확인한 후 내려가도록 하자.
나는 한 여름과 초가을 햇볕을 참 좋아 한다. 오랜만에 볕이 한창 좋은 시간에, 요즘 같이 어딜 가도 사람이 별로 없는 틈을 타 인공동굴 앞 작은 나만의 해변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느긋하고 여유롭게 죽치고 있을 작정이었지만 계획이 좀 틀어졌다. 멀리는 가지 않고, 일단 와 버렸으니 대항항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대항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항항 해안가의 고즈넉한 풍경.
처음부터 포스팅을 목적으로 간 곳은 아니라서, 마을 전경을 담은 자세한 사진은 별로 찍지 못했다. 그저 한산한 마을 경로당 근처 벤치에 앉아 따뜻한 초가을 볕을 쬐며, 고즈넉한 바다의 풍경을 한참 동안이나 넋을 놓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화창하고 밝아서 그런지, 시력이 좋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모든 자연의 색감이 채도가 쨍하고 높게 보였다.
바다는 참 고요하고 깨끗하고 푸르렀으나, 좀 아쉬웠던 점은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쓰레기가 나온 사진들은 조금씩 다 잘라서 올렸다. 진짜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인지,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닷가에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아직 정리가 덜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대항항 선착장에 색색의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대항 선착장 주위엔 작은 경로당이 하나 있고, 그 주변으로 낚시 관련 가게들, 민박집, 가정집, 슈퍼와 상회들, 횟집, 식당, 카페 등이 쭉 줄지어 늘어 서 있었다.
가덕도에는 동선, 성북, 눌차, 천성, 대항의 5개 동이 있는데, 그 중 대항 마을은 가덕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가덕도의 마지막 마을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마을이라고 한다. 어항의 중심지이자, 어촌체험관광마을이며 관광안내소도 있는 가덕도 관광의 중심이 되는 마을이라고 하니 참고 하자.
그렇게 한참을 벤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볕을 쬐다가, 다시 자리를 이동하여 원래 목적지인 새바지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바지 마을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바다.
또 다시 처음 내렸던 언덕 위 정거장을 지나, 대항 마을의 동쪽에 자리한 새바지항으로 내려갔다. 분주히 걷고 또 걸으니 마을 너머로 서서히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경쾌해지는 순간이다.
바다 건너 편에 어렴풋이 다대포가 보인다.
새바지항
새바지란 이름은 표준어 '받이'에서 유래한 방언으로 세찬 바람과 거친 파도의 힘에 자갈 따위가 휩쓸려 오는 거칠고 황량한 장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해안가가 모래가 아닌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새바지항 풍경.
하얀색 작은 팔각 등대. 방파제 뒤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포토 스팟인 것 같다.
마을에서 새바지항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탁 트인 바다와 새하얀 팔각 등대, 색색의 작은 보트들, 방파제 위 수많은 낚시꾼들, 그아기자기한 벽화가 한 데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소규모의 곶과 만이 이어져 드나듦이 심하고 대부분 가파른 해식애를 이루고 있어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며, 특히 방파제 주변은 낚시꾼들의 천국으로, 제법 큰 물고기들이 잡히기도 한다고.
인공동굴은 새바지항의 오른쪽에 위치한다. 새바지항의 오른쪽에는 갯바위들과 돌섬도 많다고 한다. 인공동굴로 향하는 길에, 몇몇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올라가 낚시를 하고 있는 제법 크고 위용 있는 자태의 바위를 발견했다.
인공동굴 가는 길.
이들 돌섬바위 중 하나가 동도바위로 촛대바위라고도 하며, 빳빳하게 치켜든 용머리처럼 보이는 촛대의 모양을 지녔다고 하는데 혹시 이것일까?
인공동굴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바위들. 낚시 꾼들이 갯바위 낚시에 열중이다.
어쨌거나 짙푸른 바다와 힘차게 우뚝 솟은 기암괴석의 조화가 경쾌하다.
새바지 인공동굴
갯바위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다음과 같은 인공동굴의 입구가 나타난다. 환선굴, 대금굴 등 천연동굴을 무척 좋아하고, 많이 가보았지만 인공동굴은 처음이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이 인공동굴이 가장 궁금했다.
인공동굴이지만, 동굴 입구의 외관은 자연석 기암들과 어우러져 위용이 있다.
동굴 안 전경.
동굴 밖 해변으로 나가는 출구.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연동굴이 아닌, 인공동굴인 새바지 인공동굴은 1,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들이 만든 동굴로, 가덕도를 점령한 일본군들이 연합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해안 여러 곳에 인공동굴을 파서 적군의 공습에 대피하고, 또 가덕도 해안으로 상륙하는 연합군을 저지하기 위한 사격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은 광산 같은 느낌도 났다. 동굴 안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한 편이다.
생각한 것보다는 크게 관광할 거리가 있는 동굴은 아니었고, 규모가 작다보니 동굴 안이 크게 서늘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냥 평범한 터널같이 생긴 인공동굴이었다. 동굴 자체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동굴 안에는 기둥 모양의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여러 갈래로 길이 나 있어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도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이곳에는 인공동굴이 세 개 있는데, 오른쪽 동굴은 아예 구멍이 막혀있고, 왼쪽은 어구창고로 이용되고 있으며, 가운데 동굴만이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동굴 끝자락에 다다르면 이렇게 프라이빗한 작은 해변이 펼쳐진다. 동굴 안에서 해변 쪽을 배경으로 하여 멋진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커플을 보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해변 동굴샷이 유행하는가 보다.
인공동굴 출구. 동굴 뒤 해변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 찍기 좋은 장소.
이제 프라이빗하다고 하기에는, 여러 포스팅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탓에 코로나 상황임에도 벌써 몇몇 팀이 먼저 와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검색해 보니 한여름 성수기에도 이제 슬슬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부산 시내의 유명 해수욕장들과 비교하면, 아주 한산하고 정적인 편이지만.
나도 얼른 동굴 입구에서 가까운 암벽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휴식을 즐겼다. 이렇게 쉬는 동안에는 참 정처 없이 시간이 흐른다. 파도가 자갈에 부딪쳐 부서지는 소리, 잔잔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따금씩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과, 선선하고 부드러운 바닷바람, 가을 하늘의 푸르름 등 하나하나 찬찬히 감상하여 본다. 크게 심호흡도 해 본다.
뭔가 아쉬워서, 발이라도 담가볼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물이 아주 투명하고 맑지는 않았다. 멀리서 봐도 좀 탁하다 싶은 올리브 빛이었는데, 용기를 내 발을 담가 보았더니 물에 거품도 많고, 좀 끈적하기도 하고 뭔가 매우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괜한 짓을 했다 싶었다. 이 시기 태풍의 영향이었는지, 원래 항상 수질이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해수욕을 하는 건 비추천 한다. 분명 내가 본 포스팅에서는 물이 투명하고 맑고 깨끗했다는 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뭘 본 것일까. 수년 전 글이었던 걸까.
가덕도 새바지 인공동굴 끝에서 맞이하는 해변
그래도 간만의 나들이에 여전히 들뜬 채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가덕도에는 대항마을, 새바지항, 인공동굴 말고도, 부산시유형문화재인 가덕도등대, 흥선대원군이 세운 가덕도 척화비, 기념물인 가덕도 자생동백군 등 여러 가지 관광 거리가 더 있다고 한다. 찬찬히 하나하나 다 둘러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520번을 타고 부산 시내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건축물이라는 부산시유형문화재 가덕도등대. 동서양이 조화를 이룬 건축양식이 아름답다.
이날 가보지 못한 관광 명소 중, 부산시유형문화재인 가덕도등대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건축물로, 서구적인 건축 양식에 동양적인 장식으로 당시 대한제국의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외형을 가졌다고 하는데, 건축양식이 매우 아름답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붕 위 오얏꽃 무늬가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장식이라고 한다. 또 다른 팔각 돌출형 등대는 2002년에 새로 지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대라고. 여기는 꼭 다음번엔 다녀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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