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과 일상 그리고 인생에서 발견하는 Serendipity_
Serendipity in daily life_/일상(일상, 취미, 리뷰 등)_

올림픽공원 가을 나들이 | 갈대밭 | 성내천 | 쑥찰떡설빙 | 베이징우 마라탕, 꿔바로우

by 세렌디퍼_ 2020. 10. 18.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던 올림픽공원에서의 오후

 

블로그에 '일상'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도 사실 그동안 좀처럼 제대로 된 실외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예상치 못했던 코로나의 장기화로), 상당 시간 카테고리가 비워진 채로 남겨 두었었다.

 

구글 SEO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글이 없는 빈 카테고리가 있는 것이 블로그에 상당히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가벼운 일상(이라 해봤자 집 근처 동네 마실이지만)의 흔적이라도 남겨보고자 한다.

 

그동안 이것이 은근한 마음의 짐으로 있었나 보다. 다들 그렇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다 보니, 도대체 뭘 쓸지 고민을 했었다.

 

 

올림픽공원 성내동 쪽 입구. 공원 내 성내천이 흐르고 있고, 성내천 옆으로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오래간만에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았던 주말, 오랜만에 가을볕도 좀 쬐고 바깥공기도 쐴 겸 무작정 집을 박차고 나왔다. 막상 나오니 어디로 갈지 막막하여 일단은 가까운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가끔 탁 트인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그러나 멀리 가기는 부담스러울 때 나름의 타협점으로), 나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올림픽공원을 주로 찾는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 슬렁슬렁 걸어간 뒤 최대한 인적이 없는 공원 내 울창한 숲 속에 자리를 잡고 나름의 자유를 만끽한다.

 

 

 

 

 

 

따사로운 가을 햇볕이 쏟아져 내리는 성내천의 갈대밭

 

올림픽공원 내 성내천과 갈대밭

 

얼마 걸리지 않아 공원에 도착했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공원 내 자리한 성내천으로 향한다. 숨통이 탁 트이는 순간이다.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짙은 풀내음을 맡아본다. 이내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졸음이 몰려온다. 호젓하게 기지개를 켜 본다.

 

 

성내천 주위로 갈대들이 무성하다.

 

성내천 주위로는 갈대들이 한가득이다. 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황톳빛 성내천 아래 잉어들이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들로 황금빛 가을볕이 쏟아지고 있다. 참 고즈넉하고도 평화로운 풍경이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DSLR 느낌으로 갤럭시의 배경흐리기 기능도 써본다.

 

아름다운 풍경에 급히 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아본다. 공원은 벌써 완연한 가을의 기운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을 하늘은 참 높고 맑고 푸르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따사로운 햇볕을 만끽하려 한 공간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죄다 비슷한 사진밖에 남지 않았다. 성내천 주위에 우뚝 솟은 저 버드나무인지(나는 이상하게 나무나 꽃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참 어렵다), 무슨 나무인지 모를 나무가 파아란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풍경이 예뻐서 비슷한 사진을 십 수장 찍어댄 것 같다.

 

사실 갈대와 억새를 잘 구별하기가 어려웠었는데, 이렇게 주로 물가에 많이 피고 잎이 뾰족하고 뻣뻣한 편이며 보라색을 띠는 것이 갈대라고 한다. 흔히 황금빛 또는 뉴트럴 색감의 억새와 착각을 많이 하는 듯하다. 갈대는 주로 10월부터 피기 시작한다고 한다.

 

가을이면 주로 핑크 뮬리와 억새밭으로 유명한 하늘공원을 주로 찾았었는데 올 초에 이사를 와서 그런지 올림픽공원 주위에도 이렇게 갈대가 많이 피어있는지 몰랐다.(핑크 뮬리와 억새밭으로 유명한 하늘공원 사진이 한가득이니 이곳도 곧 리뷰를 해야겠다) 어쨌든 황금빛 갈대밭의 풍경에 잊고 있던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던 평화로운 휴식의 시간이었다.

 

 

향긋한 쑥내음이 입 안 가득 퍼지는 쑥찰떡설빙

 

공원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 후 약간 출출해져 둔촌역 인근의 설빙을 찾았다. 얼마 전 오픈한 '설빙 둔촌역'점이다. '얼죽아'라는 말처럼,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여름철보다 쌀쌀한 가을이나 겨울에 빙수나 아이스크림이 당긴다.

 

성내동에 설빙이 오픈했다는 것은, 둔촌역 인근 건물에 커다랗게 설치된 현수막을 오며 가며 본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빙 자체를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어떤 것이 신메뉴 인지도 몰랐다.

 

가게 내부는 깔끔했고, 내가 방문한 시간대엔 다행히 손님이 붐비지는 않았다. 나는 지긋한 나이가 아님에도 참 토속적인 맛을 좋아한다. 벽면에 크게 신메뉴라고 소개되어 있는 쑥과 찰떡이 큼직큼직하게 올라간 사진을 보자마자 그것으로 주문을 했다.

 

 

설빙 둔촌역점의 쑥찰떡설빙

 

드디어 기다리던 빙수가 나왔다. 쑥찰떡설빙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쑥과 진한 단팥, 쫄깃한 떡이 듬뿍 들어있다. 단 것을 좋아하니 연유를 듬뿍 뿌려 한 입 크게 넣어본다.

 

나는 쑥의 특유의 살짝 쌉싸름한 듯 깊은 풍미를 좋아한다. 쑥찰떡 설빙의 쑥 맛은 좀 텁텁하면서도 살짝 끝 맛이 달달한 맛을 띠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내가 좋아하는 쫄깃한 떡도 큼직큼직하게 들어있다. 연유를 듬뿍 뿌려 아이스크림과 떡과 함께 떠서 먹어본다. 달달한 팥 앙금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함이 퍼진다.

 

또 다른 신메뉴로는 샤인 머스캣 멜론 설빙과, 흑임자 찰떡 설빙, 등이 있는 것 같다. 다음에는 궁금한 꿀인삼설빙을 먹어봐야겠다.

 

설빙 둔촌역점은 둔촌역 3번 출구에서 불과 233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길동사거리 베이징 우 양고기 마라탕과 꿔바로우

 

단 것을 먹고 나니, 연쇄반응처럼 매운 것이 당겨서 늦은 점심 겸 저녁 식사로 마라탕을 먹기 위해 길동사거리까지 걸어갔다. 검색을 해보니 내가 있던 곳 근처에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함께 파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라 소화도 시킬 겸 쉬엄쉬엄 걸어갔다.

 

길동사거리의 '베이징 우'라는 곳이다. 강동역 3번 출구에서 443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는 훠궈를 전문으로 하는 곳 같았다. 양고기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시켰다.

 

건대에서는 재료를 직접 선택하지 않고 기본 재료만 들어간 마라탕은 6~8천 원 대면 먹을 수 있는데, 성내동엔 (길동사거리 근처에 있지만 주소는 성내동이다) 마라탕 가게가 별로 없어 그런가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라탕과 꿔바로우 각각 1인분 정도 양에 만 원 중·후반 대의 가격이었던 것 같다.

 

 

길동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성내동 '베이징 우'의 마라탕

 

드디어 마라탕이 나왔다. 요 근래 너튜브에서 마라탕 먹방이 하도 많이 나와서 그런가 참기가 힘들었다. 역시 쌀쌀한 가을과 겨울은 따뜻한 국물의 계절이다.

 

양고기를 우려낸 육수라 그런지 진하고 맵지 않은 국물 맛이었다. 물론 순한 맛을 시키긴 했다. 중화요리에 많이 들어가는 청경채는 씹을수록 참 고소하고 식감이 좋은 것 같다. 쫄깃한 분모자와 떡, 넓적한 중국 당면도 들어있다.

 

 

양고기 마라탕. 기본 재료만 들어간 것을 시켰지만 나름 여러 재료가 골고루 들어있다.

 

곧이어 꿔바로우가 나왔다.

 

 

양고기 마라탕과 꿔바로우

 

마라탕은 이렇게 전기레인지에서 데우면서 먹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따뜻했다. 이 집 꿔바로우는 특이하게 튀김옷이 좀 붉다. 당황했다.

 

내가 꿔바로우를 시키게 맞는 걸까? 밑의 사진에선 노르스름하게 나왔는데, 실제 색깔은 거의 마라탕 국물의 색깔만큼 붉었다.

 

 

쌀쌀한 날씨엔 사실 따뜻한 국물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꿔바로우보단 마라탕이 그나마 맛있었던 것 같다. 꿔바로우는 뭘 섞었는지 모르겠지만 튀김옷이 엄청 붉었고, 바삭한 식감도 아니었고 소스의 맛도 평범했다. 뭔가 내가 원래 기존에 맛봤던 꿔바로우와는 조리방법이 다르거나,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조리하는 방식으로 하는 곳이거나, 좀 더 순한 맛으로 한국 현지화를 시킨 것일 수 도 있다. 취향 차이인 것 같다.

 

나는 진짜 중국 정통식으로 냄새만 맡아도 코 끝이 찡하게 시큼하면서도 단 맛이 강하고, 바삭한 튀김옷의 꿔바로우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낙성대역 근처 서울대 샤로수길 초입에 있는 '차이나 당'이라는 곳의 꿔바로우가 가격 대비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살면서 처음 맛 본 꿔바로우가 그 집 꿔바로우라 그 맛에 길들여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붉은 빛의 베이징 우의 꿔바로우. 꿔바로우보단 훠궈 맛집인 듯 하다.

 

가격에 비해 양도 좀 적은 편이다. 코로나로 형편이 어려워진 탓일까. 며칠 전 건대에서 자주 가던 마라탕 집도 부쩍 양이 적어졌던데, 섭섭하면서도 좀 안타까운 현실이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되었으면 한다.

 

가게들도 먹고살아야 할 텐데, 개인 방역수칙만 잘 지킨다면 나와서 이렇게 동네 상권을 살려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스크는 잘 착용하고 말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