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단풍 | 단풍시기 | 가을 나들이 | 갈대와 억새밭 | 성내천 | 올림픽공원 맛집 | 임미숙 김학래 차이나린찐
입동(入冬)이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올림픽공원의 단풍은 여전히 붉디 붉었다. 단풍시기와, 첫눈시기 등이 점점 늦춰지는 걸 보니 온난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실감한다. 얼마남지 않은 가을 나들이 장소나 데이트 장소 또는 출사지로 가까운 올림픽공원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직까지는 단풍이 충분히 남아 있으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풍 못지않게 갈대와 억새밭도 늦가을 분위기로 무르익었으며, 들꽃마루와 핑크뮬리 일대도 아름답다고 한다.
올림픽공원 성내천 산책로의 단풍터널
이번 입동은 추위 대신 미세먼지가 찾아왔다. 미세먼지 수치가 거의 위험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육안상으로는 햇빛도 강하고 날씨가 매우 좋아보였다. 간만에 나의 주 마실 장소인 올림픽공원 산책을 하기로 한다. 지난 올림픽공원 가을 나들이 포스팅에서 단풍사진이 좀 부족한 듯 하여 좀 더 추가도 할겸.
내가 주로 이용하는 입구는 올림픽공원의 '북2문'으로, JYP엔터테인먼트 맞은 편의 입구다. 단순히 집의 방향과 가까워서이다. 지하철로는 강동구청역, 둔촌역, 둔촌오륜역 등에 하차하여 걷다보면 찾을 수 있다. 수많은 한류스타를 배출한 대형기획사 앞이다 보니 주위에 종종 카메라를 들고 기웃거리고 있는 외국인들을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난 단 한 번의 소속 연예인도 본 적 없지만.
이 입구로 올림픽공원에 입장하면 초입에 이렇게 성내천이 흐르고 있다. 성내천 주위로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하이킹을 하기에도 좋다.
단풍시기는 벌써 훨씬 지난줄 알았는데, 아직도 선명한 붉은 빛깔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시간에 치여 아직 단풍구경을 하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을 노려보자.
성내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양쪽으로 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어서, 마치 나무로 만든 터널같은 느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벚꽃시기에는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붉디 붉은 단풍터널을 이뤘다.
벚꽃 터널을 걷는 연인들과,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붉은 단풍터널 밑으로 쌩하고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간다. 올림픽공원은 생각보다 꽤 규모가 넓은 곳이어서 자전거를 이용해 산책하는 것도 좋다. 다인승 자전거도 유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자전거 대여소는 이곳과 반대편인 한성백제역 입구 인근에 있던 걸로 기억한다.
단풍터널을 지나 청룡2교 다리를 건너 공원 안으로 진입한다. 도중에 이렇게 다리 밑을 유유히 흐르는 성내천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성내천 주위는 습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잉어 떼들과 왜가리 및 각종 조류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다리 오른편에는 갈대밭이 있다.(이전 포스팅 참조)
수질은 그리 맑은 편이 아니나, 물 속을 유영하는 잉어들과 한 번씩 날아드는 하얀 왜가리의 모습을 가만히 앉아 구경하는 것이 꽤 즐겁다.
올림픽공원 까치다리 | 올림픽공원 88호수 오브제
성내천을 건너 본격적으로 공원 내에 진입하면 입구에 주차장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이렇게 까치다리라는 이름의 아치형 교량이 나온다. 다리 앞에는 차량, 오토바이, 롤러 브레이드 등을 금지 한다는 입간판이 서있다.
까치다리 주위에도 아직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이다. 사진에선 잘라내어 보이지 않지만, 강한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기 위한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 숲 속에서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나눠 먹으며 가을소풍을 즐기는 단란한 가족들, 연인들, 출사를 나온 사람들 등등.
까치다리에서 보행로를 통하지 않고 바로 위 숲 속 언덕 길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그 유명한 '나홀로 나무' 일대가 나온다. 나홀로 나무는 각종 TV 프로그램이나 광고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나무다. 올림픽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이지만 그곳은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 계절은 봄이나 여름에 가야 푸른잔디와 함께 사진이 더 잘 나오므로 오늘은 들르지 않았다. 나홀로 나무 사진은 이미 많지만 나홀로 나무나 벚꽃터널 사진은 돌아오는 그 계절에 다시 포스팅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숲길로 곧장 오르면, 이곳의 터줏대감같은 귀여운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터를 잡고 있었는데, 누가 데려갔는지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탐방객들이 와서 간식이나, 물, 보금자리까지 제공해준 상태였다. 나홀로 나무 인근에도 터줏대감 토끼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보행로로 내려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조금 더 걸어가면 이렇게 '88호수' 일대가 나온다. 올림픽공원 내에서도 전망이 좋은 장소 중 하나다. 나홀로 나무와 88호수 일대가 집과 더 가까워 주로 이 부근까지만 산책하게 되는 것 같다. 매번 전체를 다 돌기엔 버거운 넓이다. 사실 건너편에 요새 한창 인기있는 들꽃마루나 핑크뮬리를 비롯해서 각종 박물관 등 볼거리가 더 많다. 물론 처음 방문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 전체를 관람했었다.
이곳은 공원 내 가장 마음에 드는 곳 중 하나다. 자세한 설명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일본인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고 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마치 잠자리 또는 학 등의 조류를 닮은 오브제가, 바람에 따라 돌아가며 시시각각 형태를 변화하는 디자인이다.
뭐, 예술이란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법이니. 이 오브제도 가만히 앉아 구경하기 참 좋은 대상이다. 호수의 반영과, 재밌는 오브제의 모습, 뒤의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들을 많이 찍으시는 것 같다. 이날도 큰 대포 카메라를 멘 분들이 꽤 있었다.
올림픽공원 황금빛 억새밭 | 팔각정
와중에 위에서 무슨 툭툭툭 소리가 자꾸 나길래, 위를 올려다보니 벤치 위 소나무에서 청솔모가 열심히 잣과 같은 견과류를 까고 있다. 역광이라 사진엔 담기지 않았다. 그 옆엔 이렇게 화려한 황금빛 자태를 뽐내는 억새들이 한창이다.
늦가을의 정취로 한껏 무르익은 황금빛 억새를 좀 더 가까이 감상하기 위해 자리를 옮겨 본다.(갈대와 억새의 차이는 이전 포스팅 참조) 이곳에도 다정한 커플이 억새밭에 들어가 서로 인생샷을 남기려 찍어주기 바쁘다.
황금색 가을빛으로 물든 억새가 하얀 머리칼을 바람에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억새가 바람에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며 하늘하늘 출렁이는 모습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참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나도 저들을 따라 같이 동행한 이에게 핸드폰을 맡기고 사진을 찍어달라 하려다가, 너무 동네 마실 차림이라 그만뒀다.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사이로 빼꼼히 건너편 정자의 모습이 보인다.
1시 반 쯤 출발했는데 햇빛을 즐기며 노닥거리다보니 어느덧 3시가 훌쩍 넘어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려 하기 시작한다. 아까보다 살짝 어두워졌다. 빼꼼히 고개를 내민 정자 쪽으로 다시 향해본다.
과거 무한도전 어느 편에 나왔던 팔각정이라고 한다. 팔각정 주위에는 십이지 조각상들이 있다. 이 정자는 원래 출입금지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사람들이 명당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오고 있다. 슬슬 노을이 지려하는 하늘과 단풍의 빛깔, 소담한 정자의 모습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올림픽공원 앞 은행나무 길 | 올림픽공원 맛집 | 코미디언 임미숙, 김학래 부부가 운영하는 | 차이나린찐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왔다. 얼마나 저질 체력이 된 건지,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도 벌써 허기가 진다. 건너편 식당가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공원 앞 도보의 은행나무 색이 너무 아름답다.
은행은 열매의 냄새는 참 고약하나, 잎의 빛깔 하나는 참 아름다운 것 같다.
샛 노랗게 흐드러진 은행나무 밑으로 떨어진 잎들이 도보를 다시 노랗게 물들인다.
바람에 잎들이 갈지 자(之)를 그리며 하늘하늘 떨어지니, 마치 황금빛 눈이 내리는 것 같다.
확대한 모습도 사진으로 담아본다.
현 시국에는 이렇게 가까운 동네 내에 이런 큰 규모의 볼거리가 많은 공원이 있다는 사실처럼 작고 소소한 것 하나 하나에도 오히려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내일이나, 또 시간이 날 때 좀 더 걸어서 한창 유명하다는 올림픽공원 내 들꽃마루 부근과, 핑크뮬리 일대도 구경하고 와야겠다. 언제까지 피어 있을지.
어느덧 출출해진 배를 달래려 식당가를 따라 걷다보니, 코미디언 부부 김학래, 임미숙씨가 운영한다는 올림픽공원 맛집, '차이나린찐'이 나타났다. '린찐'이란 이름은 두 분 성씨의 중국발음이라 한다. 인절미 탕수육과 짬뽕 등이 맛있기로 유명하다는데, 올해 이사 온 이래로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요즘 코미디언 부부들의 일상을 그린 예능프로 "1호가 될 순 없어"를 한창 재밌게 보고있는 중이라 계속 눈길이 간다.
오늘은 중식이 당기지 않아 지나쳤지만, 다음에는 꼭 방문해 보아야 겠다. 식당 내에는 두 분이 직접 매장을 보고 계신다고 한다. 올림픽공원 부근을 들리신다면 꼭 함께 방문하여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인절미 탕수육과 짬뽕 등의 메뉴에 도전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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